대표적인 대승불교 경전인 39품 80권의 화엄경을 강설함으로써 그 인연공덕으로 국태민안 법륜상전 업장소멸 소원성취를 추구하는 법회를 화엄산림이라고 하는데, 화엄경은 경전의 양이 방대하므로 삼칠일 삼십일 칠칠일 등의 기간에 주로 봉행된다. 영축총림 통도사 화엄산림은 동안거 기간에 30일 동안 31명의 고승이 날마다 오전과 오후에 법문을 하고 매일 관음시식으로 동참 영가와 무주고혼을 위한 관음시식을 베풀고 매주 토요일 법성게의식으로 영가의 왕생을 돕는 형태로 진행된다. 통도사에서는 동안거 중인 음력 11월 한 달 동안 매일 법사스님을 모시고『화엄경(華嚴經)』의 각 품을 강설하는 화엄산림법회(華嚴山林法會)를 열고 있다. 화엄산림법회의 역사적 뿌리는 신라시대에 수많은 불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백 명의 고승들이 연이어 법문을 하는 백고좌법회(百高座法會)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이 기간에는 매일 수천 명의 불자가 운집하여 장엄한 정진의 법석을 이루면서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대중법회로 회자되고 있다. 아울러 법회 기간 동안 일주일마다 법성게(法性偈)라 일컫는 영가천도기도를 함께 올려 산자와 망자를 위한 법석을 함께 펼침으로써 통도사만의 독자적인 화엄산림법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화엄산림 법회는 1925년에 경봉(鏡峰) 스님이 양로만일염불회(養老萬一念佛會)를 조직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화엄경』설법을 시작하였다. 이듬해 겨울, 도반 몇 사람과 다시 ‘화엄산림’이라는 이름으로 보름간 설법을 하였는데, 이것이 화엄법회의 시작이다. 농사가 주업인 당시 불자들에게 겨우내 농한기를 틈타 사찰에서 먹고 자면서 기도하고 부처님 말씀까지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처럼 1920년대부터 시작한 화엄산림이 본사로 내려와서 동짓달 한달간 화엄전(華嚴殿)에서 열리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였다. 1982년 홍법(弘法:1930〜1978) 큰스님이 화엄산림에서 법문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1970년대 초부터 본사에서 법회를 연 것으로 보인다. 이후 비좁았던 화엄전에서 400평의 넓은 법당인 설법전이 1994년에 완공되면서 1만명 이상이 동시에 법문을 들을 수 있는 대법회가 되었던 것이다. 이후 현재와 같이 매년 동짓달 한 달간 법회를 열면서 통도사의 대표하는 법석으로 정착되었다. 화엄산림 기간에는 매일 오전ㆍ오후 두 차례씩 화엄경의 각 품을 주제로 제방 대덕 스님들이 설법을 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한 달간 열리던 화엄법회를 53일로 늘리고 법사스님들도 53인을 모셔, 실제『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에 등장하는 53인의 선지식을 상징하는 법석을 열었다가, 이후 다시 한 달로 정착되었다. 아울러 초기에는 산 자들을 위한 법문 중심으로 법회를 열었으나 영가 또한 화엄법문에 동참하도록 하여, 영가를 함께 모시고 있다.
법회기간에는 오전법문을 하기 전에 먼저 사시불공을 올리고, 법문 뒤에는 영가를 위해 금강경 독송과 관음시식을 행하며, 오후법문을 하기 전에 30분 정도 『화엄경』「약찬게(略纂偈)」독송이 이어진다. 2015년의 화엄산림법회에도 동참인원이 만 명을 넘었고, 위패를 모신 영가는 10만위 이상이었다. 마지막 회향법회는 9시 30분부터 설법전에서 시작되었다. 노전스님의 집전에 따라 천수경 염송으로 도량을 결계하고 정화한 다음, 상단권공과 상단축원을 올리고, 반야심경을 염송하는 사시불공을 올렸다. 삼귀의에 이어 10시 30분경 주지스님이『화엄경』의 마지막「입법계품」과 화엄산림법회를 회향하는 법문이 시작되었다. 법문이 끝나자 석가모니불 3창과 사홍서원 염송으로 1부를 마쳤다. 11시 10분경 영단을 향한 시식이 이어졌다. 화엄산림기간 중의 시식은 노전스님의 집전 아래 관음시식으로 베풀어졌고, 회향 때는 주지스님이 화엄시식으로 집전하였다. 이어 11시 50분경 봉송이 이어져 금강계단 앞에서 인사를 올린 뒤, 수천 명의 인원이 행렬을 이루어 동참 대중이 법성게와 장엄염불을 염송하며 소대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어 소대에서 위패와 장엄물을 태우며 회향게송을 끝으로 화엄산림법회를 회향하였다.
한편, 통도사에서는 화엄산림법회 기간 동안 토요일마다 저녁예불이 끝난 뒤 법주스님을 모시고 금강경 독송과 법성게(法性偈)를 하고 있다. 이 의식은 ‘법성게’로 통칭되며,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며 슬픔에서 희망으로 안내하는 천도의식이다. ‘법성게를 한다’는 것은 의상대사(義相大師)가 『화엄경』의 핵심사상을 210자로 축약하여 도형화한 법계도(法界圖)를 돌며 법성게를 염송한다는 뜻이며, 2015년의 법성게는 다섯 차례 설행되었다. 이때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은 긴 광목 끈을 연결하여 함께 잡고 법성게 독송과 나무아미타불 정근을 하며 법당 전체를 돌게 된다. 초기에는 아미타불과 위패를 모신 반야용선이 행렬의 선두를 이루어 법당을 돌았으나 지금은 천장에 반야용선을 매달아놓고 있다. 서로 연결된 끈은 일체 중생이 연기적 관계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며, 슬픔과 기쁨을 서로 나누어 고해의 바다를 반야용선을 타고 함께 건너가자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아울러 중앙에서는 바라춤ㆍ나비춤 등으로 작법을 하고, 장엄염불을 4ㆍ4조의 회심곡(回心曲ㆍ悔心曲)으로 염송하여 통도사 화엄산림만의 독특한 의식으로 설행되고 있다. 2시간 정도에 걸쳐 행하는 이 법성게는 화엄산림에 동참하는 불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한 이 기도가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는 화엄산림에 동참하는 불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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